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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이슈/보건의료이슈

[Vol.45 17년 제2호] 보건의료이슈 :: 일차의료 강화 정책방향



글. 조정진 교수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Pixabay


일차의료가 화두이다. 일차의료가 제대로 작동하면 불필요한 의료낭비를 줄여 의료비도 절감되고 의료의 질도 향상된다고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나라 보건의료는 인구 고령화와 그로 인한 만성질환의 증가, 건강보장성 확대와 함께 신의료기술 및 고가의료장비 도입 등으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급속히 증가하여 사회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건강 불평등이 확산됨에 따라 사회통합 관점에서도 일차의료가 고려되어야 하며,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일차의료 강화정책이 정당별 보건 분야 대선공약의 주요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또한 대한의사협회는 2017년 5대 핵심정책의 첫 번째 항목으로 일차의료 육성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렇게 일차의료가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 개혁의 중요한 의제가 되어야 한다는 규범적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이해관계로 인하여 적절한 해법들이 합의되지 않거나 혹은 합의된 정책들도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면서 일차의료가 후진적인 상태로 머물러 있다.


주요 원인으로는 첫째, 저비용-저수가 체계 하에서 의료기관 종별 기능분화가 미비하고 의뢰제도의 유명무실화로 인해, 일차의료 기능에서 조차 동네의원과 대형병원이 무분별하게 경쟁하고 있는 현실을 방치하여, 일차의료기관의 외래비중이 축소되고 경증환자의 상급종합병원 내원과 같은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더구나 실손의료보험가입 환자의 증가로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둘째, 재정정책 유인이 주로 행위서비스에 대한 상대가치로 결정되어, 진찰 및 상담보다는 검사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진료 행태로 인해 일차의료가 점차 축소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영양주사 등 비의학적 조치들마저 시행되고 있다. 셋째, 일차의료 인력양성 계획이 부재하고, 동네의원 개원에 대한 진입장벽이 없어 모든 전문 과목(specialty)이나 심지어 전문의 수련을 받지 않은 일반의까지 제한 없이 개원할 수 있어 일차의료에 대한 질적 표준화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일차의료 강화정책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정책 방향은 의료기관의 종별 구분보다는 기능별 구분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동네의원 개원에 대한 진입장벽이 없어 일차의료기관의 의사가 전통적 역할의 일차의료 전담의만이 아닌 다양한 전공의 전문의거나 수련을 받지 않은 일반의까지 섞여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표 1) 


(표 1) 종별 의료기관의 기능별 재분류

종별분류

기능분류

의원

(1차 의료기관)

병원 및 종합병원

(2차 의료기관)

상급종합병원

(3차 의료기관)

일차의료

(primary care)

가정의학과

내과

소아과

가정의학과

일반내과

일반소아과

가정의학과

•일차의료강화 재정정책

•기본 네비게이터

• 기관내 네비게이터

• 지역사회 거점 진료

•기관내 네비게이터

•일차의료 교육 훈련

단과 전문의 (Consultants)

안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외과

그외 단과 전문의

분과 내과

분과 소아과

그외 단과 전문의

분과 내과

분과 소아과

그외 단과 전문의

•수평적 1차 의뢰 연계

•수직적 1차 의뢰 연계

• 중증, 고난위도 진료

• 교육 훈련

• 수직적 2차 의뢰연계


두 번째는 일차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상대가치수가제도 안에서 검사보다 의사-환자 관계에 중점을 둔 의사의 상담, 진료시간에 대한 상대가치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각 정당의 대선공약에는 더불어민주당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재정적 지원체계 강화]/ 자유한국당 [일차의료기관 노인정액제 개선]/ 국민의당 [단골의사 선택환자 지원] 등이 제시되고 있다.


일차의료강화 재정정책에서 고려할 점은 모든 전문 과목(Consultants)이나 수련 받지 않은 일반의까지 동네의원을 개원할 수 있는 현실에서 일차의료기관 전체에 재정을 투입하기보다 일차의료 본연의 기능 강화에만 집중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에 개원한 동네의원인 경우 전문과목 면허와 관계없이 일차의료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자임할 것인지는 자유롭게 선택하게 하면 된다. 


세 번째 정책 방향은 일차의료의사의 역할 재정립이다. 

일반적으로 의료체계 내에서 일차의료에는 두 가지 역할이 부여된다. 일차의료 의사(general practitioner)가 전문과목 의사(consultant)에게 자문(consult)하거나 의뢰(refer)하는 조정자(navigater) 역할과 불필요한 경우 의뢰를 하지 않도록 부여된 문지기(gatekeeper) 역할이다. 주치의라는 개념은 중요하지만 모든 환자가 반드시 주치의 등록을 하고 주치의가 정해주는 대로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방식은 쉽지 않다. 의료가 문화이고 전국이 일일생활권인 우리나라에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저항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발적으로 단골의사를 정하고 네비게이터(navigator)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체계로 유도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다. 의사의 상담시간을 충분히 보상하는 한편 단골의사를 정하는 환자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방향이 필요하다. 


현재 일차의료 역할에 대한 대선 공약을 살펴보면 대부분 유사한 정책기조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일차의료기관중심의 만성질환 관리체계 강화], 국민의당은 [자율선택 단골의사 제도], 정의당은 [협동조합형 주치의제, 자발적 등록 주치의제 등 한국형 주치의제 시행] 이다.


이러한 대선공약은 지난 3년에 걸쳐 서울 중랑구, 강원 원주시, 전북 전주시, 전북 무주군에서 시행된 [지역사회일차의료시범사업]의 성과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지역사회일차의료시범사업]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외래 방문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하여 효과적인 만성질환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만성질환관리를 위해 일차의료 의사의 역할을 강화해 의사가 개인별 건강생활 계획을 수립하여 필요한 서비스 제공 여부를 판단하고, 의사 주도하에 환자에 대한 상담 및 교육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거나, 일차의료지원센터(건강동행센터)에 교육의뢰를 하게 된다. 


이때 효율적인 일차의료 서비스가 제공되려면 만성질환 예방 및 관리 교육의 표준화가 필요하며, 일차의료기관 의사의 역량에 상관없이 모든 환자들에게 양질의 표준화된 교육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제작된 것이 [건강동행닥터원 교육매뉴얼]이다. 이 매뉴얼은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사무처(Western Pacific Regional Office, WPRO)의 교육 매뉴얼로 채택되며 시범사업의 콘텐츠와 일러스트 우수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또한 [지역사회일차의료시범사업]은 의료진이나 수요자인 환자 모두에서 만족도와 수용성이 높고, 환자의 생활습관 및 임상지표도 개선되었다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하여 올 하반기부터는 [지역사회일차의료 건보 시범사업]으로 확대될 예정이며, 현재 지역사회 여건에 맞도록 맞춤형 자기관리 지원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이 사업을 중심으로 기존 만성질환관리 사업의 통합도 필요한 과제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의원급 일차의료 전담의사가 환자에게 네비게이터 역할을 해주게 되면 2, 3차 의료기관의 불필요한 외래 수요를 조절하고 본래의 입원환자 관리, 교육 및 연구개발 기능을 회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 시범사업은 고혈압, 당뇨병에 국한되어 있지만 향후 일차의료 특성에 적합하고, 일차의료 영역에 필수적인 질병군 및 의료서비스로 확대하면서 발전시켜 나가게 되면 궁극적으로 일차의료의 영역과 그 역할을 규정해 국가 보건의료시스템 내 의료기관 종별 기능 재정립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네 번째 정책방향은 보건복지부에 일차의료 전담 부서 신설과 일차의료특별법 제정이다.

수가 정책만으로 일차의료 정책방향을 달성하기 어렵고 현재 보건의료정책실 산하에는 일차의료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없다. 일차의료의 중요성과 일차의료기관의 수를 감안하면 공공의료과, 응급의료과, 생명윤리정책과처럼 일차의료과를 신설, 정부가 개입하여 장기적인 기획 및 개선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신뢰받는 일차의료 구현을 위한 일차의료 인증, 지역사회 건강증진서비스 및 복지자원 연계를 위한 일차의료지원조직의 구성 및 역할,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수련 프로그램의 의무 도입 및 지원 근거 등이 포함된 일차의료 특별법도 고려해야 한다. 


참고문헌

조정진. 일차의료 활성화 개편방향. 대한의사협회지. 2016;59(7):482-485.

대한가정의학회 일차의료정책위원회. 대선공약 제안서. 2017.



※ 본고는 외부 필자의 원고로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