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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이슈/보건의료이슈

[Vol.1 창간호] 환자안전 사고보고시스템

   글. 황지인(경희대학교 간호학과)


1999년에 미국 의학협회(Institute of Medicine)에서 To Err is Human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의료 오류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사망하고 있다는 것이 발표하면서 환자안전은 2000년 이후 지금까지 보건의료계가 당면하고 있는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환자안전 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환자안전 자료의 수집과 분석을 통해 그 현황을 파악함이 근거기반 의사결정을 위한 선결 요건이 될 것이다. 환자안전 자료원에는 사건보고서 뿐만 아니라, 부서나 의료기관 단위의 사례 검토(예. 근본원인분석, 월별 이환 및 사망 사례 검토), 정규 감사, 전자의무기록에서의 시그널이나 경고에 대한 적극적인 감시, 전향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주기적인 질 보장 감사, 환자 불만, 근무번별 보고서, 환자 관리와 진료 조정을 논의하는 다학제간 회진, 소송 사례 요약서 등이 포함된다(Watcher, 2008). 본고에서는 이 중 환자안전의 주요 자료원인 환자안전 사건보고시스템에 대해 소개를 하고자 한다.


환자안전이란 우연적인 상해(accidental injuries)가 없는 것으로, 환자에 대한 위해(harm)를 예방하고 완화하는 것을 말하며, 환자안전 사건(incident)은 환자에게 불필요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거나 혹은 위해를 초래한 이벤트나 상황으로 정의된다(World Health Organization, 2009).



환자안전 사건보고시스템은 자발적 보고과 강제적 보고의 유형으로 나눌 수 있으며, 사건의 유형에 따라 보고의 책임을 구분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잘못된 부위의 수술과 같은 적신호 사건은 강제 보고의 대상이 되지만, 근접오류는 주로 자발적인 보고에 의존한다. 또한 보고자에 대한 비밀보장, 익명성, 환자안전 자료에 대한 접근성 등이 사건보고시스템 설계에서 고려할 사항으로 제시되고 있다. 환자안전 사건보고시스템은 개별 의료기관의 내부사용을 위해 개발된 것에서부터 지역적, 국가적 수준에서 활용되는 것이 있으며, 선진 외국 특히 영국,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 호주, 미국 등에서는 국가적 수준의 환자안전 사건보고시스템이 개발, 운영되고 있다. 환자안전 사건보고시스템에 대한 논의에서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의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for Patient Safety (ICPS)와 미국의 Agency for Healthcare Research and Quality (AHRQ)의 Common Format이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어서, 본고에서도 이 두 가지를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환자안전에 대한 자료의 수집과 분석은

1) 임상 분야간에, 의료기관간에, 그리고 시간에 따른 환자안전 자료를 비교하고,

2) 환자안전에 있어서 시스템과 인적 요소의 역할을 알아보고, 

3) 잠재적인 환자안전 문제를 규명하고, 

4) 환자안전의 우선순위와 해결책을 개발하기 위한 초석이 된다.

     (World Health Organization, 2009)



 이를 위해서는 환자안전 자료와 정보를 표준화된 틀을 사용하여 수집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즉 표준화된 개념적 틀의 활용은 환자안전 자료와 정보의 기술, 비교, 측정, 모니터링, 분석과 해석을 촉진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세계보건기구에서는 2005년 위해사건 보고와 학습 시스템을 위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하였고, 2009년에 기존의 환자안전 분류 시스템을 고찰하여, 국제적 수준에서의 환자안전 분류체계 즉 ICPS를 위한 개념적 틀을 제시하였다. ICPS의 가장 상위 수준에는 10개의 클래스-사건 유형, 환자결과, 기여요소/위험, 환자특성, 사건특성, 조직결과, 감지, 완화요소, 개선활동, 위험감소 활동-가 있고, 각 클래스별로 하부범주가 개발, 제시되어 있는데, 그 상세성은 3단계에서 7단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또한 미국의 AHRQ에서는 2005년 환자안전법(Patient Safety and Quality Improvement Act)과 환자안전규칙(Patient Safety and Quality Improvement Final Rule)의 법제화에 근거하여 환자안전 조직(Patient Safety Organizations)과 환자안전 데이터베이스 네트워크(Network of Patient Safety Databases)를 구축하게 되었다. 관련하여 표준화된 환자안전 사건의 수집과 분석을 위해 Common Format을 개발, 제시하였다. 


2009년 급성기 병원에서의 사용을 위한 버전 1.0이 발표된 이후, 2012년 기준으로 버전1.2가 발표되었으며, 보고 양식들이 점차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버전1.2는 3개의 일반적 보고 양식-Healthcare Event Reporting Form, Patient Information Form, Summary of Initial Report-과 흔하게 발생하는 사건으로 고려되는 9개의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 양식-혈액/혈액제제,

장비나 공급품(의료정보기술 포함), 낙상, 보건의료감염, 약품/약물, 분만관련, 욕창, 수술과 마취, 정맥혈전증-으로 구성된다.


특히 사건의 유형에 따라 보고 양식의 사용을 구분하고, 환자안전 자료와 정보의 보고 요소들 각각에 대한 사전(data dictionary)을 개발, 배포함으로서 개별 의료기관들이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안내를 제공하고 있다. 2012년의 보고에 따르면, ICPS의 추후 개발에 있어서 AHRQ의 Common Formats이 중요한 투입 요소로서 고려된다고 한다.


국내 병원들의 환자안전 사건보고시스템은 의료기관 인증시스템과 연계해서 병원차원에서 확대, 개발되어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모든 병원들이 처방전달시스템을 포함한 전산화된 병원정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고, 나아가 상당수의 병원들이 전자의무기록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안전 사건보고시스템이 병원 인증을 위한 요건으로 대두됨에 따라 대부분의 병원에서 이를 위한 전산화된 시스템을 도입하였으며, 그 운영방식은 기존의 전산화된 병원정보시스템과 연계하여 혹은 보고자의 익명성 보장과 접근성을 고려하여 독립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ICPS의 개념적 틀을 사용하여 국내 환자안전 사건보고시스템의 보고 항목을 살펴본 결과에 따르면, ‘사건유형’과 ‘환자결과’에 대한 보고 항목은 모든 병원들의 사건보고시스템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그 이외의 보고 항목에 대해서는 상당한 변이가 있었다. 특히 ICPS의 10가지 상위 클래스 중에서 환자안전 사건을 예방하고 줄이기 위한 전략 개발에 중요한 것으로 고려되는 ‘감지’, ‘완화요소’, ‘개선활동’, ‘위험감소 활동’ 등에 대해서는 주로 자유기입식(narratives)으로 보고하고 있었고, 하부 범주의 개발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텍스트 기반의 맥락적 정보도 중요하지만 환자안전 자료의 규모와 자료 분석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보다 구조화된 자료 수집이 권장될 필요가 있다. 적어도 ICPS에서 제시하고 있는 분류체계내 범주까지는 구조화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사건유형’과 ‘환자결과’는 환자안전 사건보고에서 있어서 필수 요소로 제시되고 있는데, ‘환자결과’의 하부 범주인 ‘위해 정도’를 기술하는 방식이 병원별로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환자안전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고 비교하는데 있어서 장애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상당수의 병원들이 투약오류를 보고하는 National Coordinating Council for Medication Error Reporting and Prevention의 9개 범주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다. ICPS나 미국의 AHRQ의 Common Format에서는 위해의 정도를 기술하는데 있어서 5단계 범주를 제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환자안전 자료를 수집, 분석, 학습함으로서, 환자안전 향상을 위한 보다 체계적인 노력이 점차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환자안전 자료의 공개나 접근성을 별도로 하더라도, 의료기관의 내부적 사용을 위해서도 적어도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틀에 기초한 자료의 수집과 분석을 위한 노력이 우선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는 근거에 기반한 환자안전 향상을 위한 의사결정을 촉진시키기 위한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