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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이슈/보건의료이슈

[Vol.8 12월호] 보건의료이슈

 

 

   글 김수경 연구위원 (보건의료안전연구센터 연구기획단)


미국 곰팡이성 뇌수막염(fungal meningitis)

 

2012년 9월 18일 미국 테네시주의 보건부(department of health)는 관내 한 외과센터에서 요통으로 인해 척추강 내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은 한 환자가 곰팡이성 뇌수막염에 걸렸다는 보고를 받았다. 일주일 후에는 같은 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 7명이 추가로 뇌수막염에 걸린 것이 보고되었다. 이들 환자는 모두 동일한 조제약국에서 공급된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은 것으로 확인되었다(AC Pettit 등, 2012; CA Kauffman 등, 2013, 조용균, 2013)).

 

문제가 된 스테로이드 주사는 미국 메사추세츠주 프래밍햄에 위치한 한 조제약국(New England Compounding Center, 이하 NECC)에서 공급된 것으로 규명되었다. 이 약국에서 조제된 주사제 상당량이 곰팡이에 오염된 채 여러 주에 걸쳐 공급된 것이다. 이에 따라 9월 26일부터 NECC는 문제의 주사제품을 회수(recall)하기 시작했고 질병관리본부(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이하 CDC)와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이하 FDA)은 조사를 계속하면서 이 사항을 공식화하고 전국 의료진과 환자들이 이에 대처하도록 사례에 대한 정의, 원인 및 현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공식 자료가 발표될 당시 곰팡이성 감염 사례는 6개주 35사례로 파악되었으나 2013년 12월 현재 이 스테로이드 주사와 관련된 곰팡이성 감염 사례는 20개주에서 모두 751 사례가 확인되었고 사망자는 64명에 이르고 있다(CDC, 2013).

 

출처 : http://www.cdc.gov/hai/outbreaks/meningitis-map-large.html

 

발생원인 : 조제(compounding) 관리

 

곰팡이성 뇌수막염은 사람으로부터 사람에게로 감염된 것이 아니라 곰팡이에 오염된 스테로이드 주사액이 경막하 주사(epidural injection)를 통해 주입됨으로써 발생한 것이었다. 멸균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곰팡이에 오염된 주사제는 2012년 5월 21일부터 9월 24일 사이 총 23개주에 있는 75개 의료기관에 공급되었고 약 14,000명의 환자가 이 약제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조제(compounding)'를 담당하는 조제전문약국(compounding pharmacy)은 특정 환자를 대상으로 발행된 처방전에 근거하여 환자별 조제를 행하는 약국으로서 미국에서는 각 주별로 허가되고 관리된다. 일반 제약회사를 통해 불특정 다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대량 '제조(manufacturing)'되는 제품은 FDA의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되어 왔다. 그러나 환자별로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는 개별 처방에 따른 조제는 약국의 업무 영역으로, 보존제 등에 과민한 경우나 특정한 맛이나 제형의 변화가 필요한 경우 등을 대상으로 개별화된 조제가 이루어져왔다. 과거, 대부분의 약제가 약국에서 조제를 통해 만들어지던 것이 제약회사를 통해 제조되는 과정으로 바뀐 역사를 배경으로, 환자별로 특화된 조제가 소량 행해지는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관리 규정과 감독 활동이 변모된 것이다. 

이번 곰팡이성 뇌수막염 대량 발생은 조제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를 적절하게 감시 감독하도록 규정화하는 것과 이를 지키기 위한 관리감독에 실패하면서 발생한 재난으로 이해되고 있다. 

 

우선, 환자별로 발행된 처방에 의해 그때 그 때 이루어져야 하는 조제에 대해서 ‘제한적인 양’ 이나마 처방전을 받기 전에 미리 조제하는 것을 허용하는 규정이 있었다. NECC는 이 ‘제한된 양’을 넘어서서 과도한 양의 주사제를 사전 조제를 했다. 이 약국의 조제는 이미 ‘제조(manufacturing)' 수준이었다.

또한, FDA에 의해 허가되고 관리되어 시판되는 약제와 동일한 조성의 약제는 조제가 금지되어왔다. 문제가 된 스테로이드1 주사제도 기존 제약회사에서 시판되는 동일 성분의 약제가 있었다. 그러나 NECC는 보존제(preservatives)를 제외함으로써 이러한 금지 조항을 비껴나가 조제로 수행되었다. 

마지막으로 약국이 행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조제는 주별로 관리되고 감시되어 왔으나 주를 넘어선 국가 차원의 사업은 연방정부와의 협조가 필수적이었다. 그런데 조제량의 5% 이내이면 다른 주에도 공급이 가능하였으며 그 이상은 해당 주가 FDA와 MOU를 맺도록 하고 있었다. NECC의 경우는 상당량의 주사제가 여러 주에 걸쳐 공급되었다. 이로 인해 주 정부도, FDA도 NECC 등 문제가 되는 조제 약국에 대한 적극적인 감시감독이 어렵게 되어 있었다. 

결국 NECC는 처방전도 없이 FDA의 엄격한 제조 공정 관리를 받지 않고 멸균에 실패한 주사제를 대량 ‘제조’하여 여러 주에 제공함으로써 뇌수막염 원인으로는 희귀한 곰팡이 감염으로 인한 뇌수막염을 일으켜 대량의 인명 피해를 내는 재난 수준의 사건을 발생시키고 말았다. 미국에서는 NECC를 대상으로 한 피해환자들의 소송이 400건 이상 진행되고 있고 문제가 된 NECC는 공장문을 닫았고 파산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해결, 그리고 보건의료 안전관리

 

1930년대와 40년대에는 조제를 전문으로 하는 약국이 약 60%였으나 제약회사를 통해 대부분의 약제가 제조되는 것으로 변화한 후 조제를 하는 약국은 2006년 기준 미국 약국의 약 1%정도라고 한다. 그 중 대부분의 조제약국은 비멸균제품을 중심으로 조제를 해왔다(CH Myers, 2013). 그러나 조제에 필요한 특수 장비 등을 소량으로 조제하는 약국에서 모두 구비할 수 없음에 따라 조제만 전문으로 하는 조제전문약국이 생기게 되었고 다른 약국들로부터 조제를 아웃소싱 받기도 하였다. 조제전문약국은 이를 기반으로 보다 대량의 약제를 조제하고 이를 싼 가격에 약제를 공급함으로써 처방자의 관심을 받았는데 이는 결국 FDA가 정한 제조공정 관리 수행에 투자하지 않고 대량 제조함으로써 가능했던 일이었다(약업신문, 2012).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약제의 대량의 제조는 FDA의 엄격한 관리 규정을 통해 감시되어왔다. 그러나 개별화된 소량의 조제는 약국과 관련한 각종 업무 기준 등을 관리하는 주정부의 약국위원회를 통해 연 1회 정도 현장 점검이나 서류 제출 정도의 관리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점점 대형화되어가는 조제 전문 약국의 유사 ‘제조’ 행위는 여러 번 FDA의 경고를 받았으나 감시를 위한 권한과 관련 규정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한 것이었다. 조사 외에도 하원 청문회 등 여러 논의 후 마련된 해결은 ‘조제 제조자(compounding manyfacturer)' 규정을 만들어 FDA의 관리 하에 두는 것이 핵심이 되었다.(KR Schultz, 2013) 

 

보건의료에 있어서 안전문제는 가장 일차적으로는 안전 관련 규정을 엄격히 하고 이에 따른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 나라에서도 보건의료 관련 제품의 안전은 식약처를 통해 엄격한 허가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보건의료 제품이 사용되는 과정에서, 또 제품이 행위 등과 결부되어 기술이 되어 활용되는 과정은 시대와 보건의료체계 등 환경의 변화를 수반하기 마련이다. 약제만 하더라도 새로운 신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기능으로 인해 신개념의 조제가 적용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건의료에 있어서 안전 관리 규정은 이러한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변모되어 나가야 한다. 뿐만 아니라 발생 가능한 문제점은 여러 채널을 통해 그 잠재성과 개선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보고되어야 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곰팡이성 뇌수막염에 걸린 피해자 사례가 병원으로부터 주정부 보건부를 거쳐 CDC에 보고되고 FDA 등 관련 기관과 인과관계 파악 활동이 추진됨과 동시에 의회 등을 통한 사회적 논의 등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밟았다. 이들 환자 사례 및 역학조사 결과가 NEJM 등 저널에 신속히 수재되고 전문가 관련 지침의 마련 등이 이루어진 것은 물론이다(AC Pettit 등, 2012; CA Kauffman 등, 2013).  

 

보건의료에 있어서 위해한 사건에 대한 현황 파악을 위한 보고 시스템은 누구에게든 예상하지 못하게 발생할 수 있는 위해 위해 사건을 예상하고 최소화하기 위한 기초이다. 아직 우리 나라에는 이러한 보고 체계가 갖추어지지 못했다.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치료 방안을 강구하는 과정이 필연적이다.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와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문헌


약업신문, Compounding Pharmacy, 2012.11.21

 

조용균, 미국 Fungal Meningitis Epidemic 사례의 교훈과 국내의 시사점, 제12회 대한약물

 

역학위해관리학회 추계학술대회 및 연구교육 자료집, 2013. 11.14

 

Chales E Myers, History of sterile compounding in U.S. hospitals: Learning from the tragic lessons of the past. American Journal of Health-system Pharmacy, vol 70, 2013, ppe41-e54

 

Carol A Kauffman, Peter G Pappas, Thomas F Patterson, Fungal Meningitis Associated with Contaminated Methylprednisolone Injections,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13:368:2495-500.

 

April C Pettit, Jonathan A Kropski, Jessica L Castilho, Jonathan E Schultz, Carol A Rauch, Bret C Mobley, Xuan J Wang, Steven S Spires, Meredith E Pugh, The Index case for the Fungal Meningitis Outbreak in the United States,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12:367:2194-203.

 

Kathryn R Schultz, Focused on the issues that members care about most, American Journal of Health-system Pharmacy, Vol.70 Aug 15, 2013, pp.1433-1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