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신상진 연구위원(경제성평가연구단)



심포지엄의 정규 세션(“Measuring Value in Theory and the Real World")


2015년 체결된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캐나다 의료기술평가기관인 CADTH(Canadian Agency for Drugs and Technologies in Health) 간의 기관협약사항 중 하나인 인적교류 프로그램으로 개인적으로 4월부터 3개월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체류 중이며, 체류기간 동안 개최된 CADTH 심포지엄에 참석하였다. 참고로 CADTH와 방문시기를 조율할 때부터 CADTH 심포지엄에 참석할 수 있는 기간을 제안 받았던 터라 기대가 적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2017년 심포지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CADTH를 간단히 소개하면 CADTH는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비영리기관으로 국가단위에서 캐나다 전역의 보건의료체계 내 약제와 행위에 대한 적정사용을 위한 객관적인 근거를 주정부, 준주정부 등 정책결정자들에게 제공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기관이다. CADTH의 전신이었던 1989년 설립된 CCOHTA (Canadian Coordinating Office for Health Technology Assessment)까지 포함하여 2017년 4월 개원 28주년을 맞이하는 기관으로 현재 캐나다 오타와에 본사[각주:1]를 두고 있으며 약 150명 직원규모이다. CADTH는 캐나다 전 지역을 돌아가면서 매년 4월 세 번째 월요일에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다.  


올 해 CADTH 심포지엄은 2017년 캐나다 연방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 2017년 4월 23일~25일까지 개최되었다. 이번 CADTH 심포지엄 주제는 “Measuring Value in Theory and the Real World"로 학계, 보건의료 정책결정자, 보건의료 종사자, 환자, 보건의료 산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약 87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참석하였다. 또한 기관장의 개회사 중 이번 심포지엄에는 한국을 포함하여 7개국(미국, 호주, 영국, 스위스, 스웨덴, 대만[각주:2])에서 참석할 정도로 높은 해외 관심도와 학생들의 높은 참여도가 강조되었으며 특히 개회사 중 학생들을 의료기술평가의 “Future Star[각주:3]"로 언급하기도 하였다. 


개회사를 하고 있는 CADTH 기관장 Brian O'Rouke



보건의료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됨에 따라 사용되는 보건의료자원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요구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이다. 반면, 각 이해관계자마다 가치가 의미하는 바나 목표가 상이하지만 보건의료 내에서 가치의 개념, 목표에 대한 합의는 이루어진 바가 없다. 따라서 이번 심포지엄은 각 분야의 이해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의료기술의 효과적인 평가와 관리측면에 있어 가치를 둘러싼 많은 쟁점들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CADTH 기관장인 Brian O'Rouke[각주:4]는 개회사에서 전통적인 의료기술평가의 범주가 확장되고 있으며 그 영역으로 첫째, 캐나다 원주민들의 건강격차[각주:5]가 심각해지는 점, 둘째 캐나다 마약사용량의 급증으로 인한 국민건강의 위기, 셋째로 기존 의료기술평가가 신약, 치료재료, 행위 도입을 중심으로 활용되던 것에서 의료기술관리(Health Technology Management, HTM)로 확대되는 점을 꼽았다. 의료기술관리라는 측면에서 의료기술의 재평가는 CADTH를 포함한 전 세계 의료기술평가기관들의 관심분야이기도 하다. 이러한 영역으로 의료기술평가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가치(Value)를 어떻게 규명하고 반영할 것인가는 더욱 중요해지며 이러한 배경에서 올 해 심포지엄의 주제로 가치를 선정하였다고 한다. 


참고로 캐나다에서 새롭게 언급되기 시작한 의료기술관리(HTM)에 대해서 조금 더 부연설명하자면, 현재 캐나다에서 의료기술평가가 공식적으로는 신약(항암제 포함)평가를 중점적으로 적용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의료기술의 전주기 관리로 의료기술평가를 확대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한 회의체(Conference of Deputy Ministers)에 O'Rouke박사가 참석하고 이 자리에서 HTM 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CADTH는 HTM 전략 수립 등을 위해 2017년 3월 캐나다 정부로부터 향후 5년 동안 약 3천 6백만 달러의 추가예산을 지원받았다. 현재 전략수립을 위한 협의체들이 구성(약제중심)되어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에 있으며 2018년 4월 새로운 전략계획(Strategic plan)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캐나다 보건의료체계 내에서 CADTH의 의료기술평가 역할과 범위가 확대될 기회로 CADTH 내 관심과 기대가 높다.    


다시 심포지엄 이야기로 돌아와, 심포지엄은 크게 정규 세션(“Measuring Value in Theory and the Real World", "Meaningful Stakeholder Engagement", "Aligning Regulation and Reimbursement"), 병행 세션(패널 토의, 구연 발표), 조찬 세션으로 구성되고 정식 개최 날짜에 앞서 사전 워크숍(16개 주제)을 진행되었다. 양일동안 정규 세션을 제외하고 45개의 세션이 구성될 만큼 심포지엄은 국제학회와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풍성하게 구성되었다. 개인적으로 캐나다로 출발하기 며칠 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연례회의를 참석하였던 터라 어쩔 수 없이 두 행사를 비교할 수밖에 없었으며 캐나다가 가진 의료기술평가의 관심 및 자원에 질투가 날 지경이었다. 심포지엄은 CADTH가 한 해 동안 일궈낸 다양한 성과뿐만 아니라 캐나다 각 주정부, 준주정부 단위에서 수행되는 의료기술평가의 많은 성과들과 고민들도 함께 공유하는 자리였으며, 또한 2017년은 환자참여가 공식화된 해로 기획 단계부터 환자가 참여하였으며 심포지엄 행사 곳곳에서 환자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개인적인 관심 키워드는 치료재료(Medical device), 환자참여(patient engagement), 재평가(reassessment)로 이와 관련된 세션들에 중점적으로 참석하였다. 약제를 중심으로 개발된 의료기술평가 방법론을 의료기기 영역으로 확대 적용할 때 약제에서는 고민되지 않았던 새로운 쟁점(이질성, 학습곡선, 무작위배정연구의 어려움)들이 등장하게 되고 특히 기존 기술의 재평가를 위해 2차 자료원을 이용할 경우 이러한 쟁점들은 또 다른 한계로 다가온다. 해당 세션들에서 이런 논의들이 이루어졌으나 여기서도 아직은 명확한 해답을 제공하고 있지는 못하였다.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는 의료기술평가 시 건강보험 청구자료와 같은 2차 자료원이나 임상자료의 수요가 매우 높은 것에 비해 CADTH는 아직은 체계적 문헌고찰을 통한 근거평가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캐나다 각 주정부 단위에서 의료기술의 재평가가 수행된 사례가 있긴 하지만 연방정부 차원(CADTH)의 재평가는 고려되고 있지 않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HTM을 통한 의료기술의 전주기 관리가 본격화될 경우 이로 인해 CADTH의 재평가 기능 도입, 재평가를 위한 실제 임상현장의 자료를 통한 평가 등이 앞으로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의료기술평가에서 일반인과 환자 참여의 중요성은 기대이상으로 매우 강조되고 있었으며 다양한 경험들을 의료기술평가기관, 환자단체, 정부정책결정자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환자단체들의 참석이 적극적인 터라 심포지엄 기간 내내 다양한 환자단체에서 온 환자분들을 만나 뵐 수 있었으며 이는 어느 국제학회에서도 경험할 수 없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한국에서도 “환자중심”이 몇 해 전부터 자주 언급되고 있지만 아직은 여전히 개념적이고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캐나다 의료기술평가과정에서 환자참여가 얼마나 중요하고 캐나다에서 이를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으며 이는 이번 심포지엄 기간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었다. 이를 한국의 동료들과 나누고 싶어 해당 주제로 CADTH의 환자참여 부서 책임자(Ken Bond)[각주:6]를 모시고 별도로 화상세미나(주제: Developing Meaningful Patient Engagement in HTA: the CADTH experience, 일시: 5월 31일)를 가지기도 하였다. 



3일 동안의 심포지엄을 통해 느낀 바는 첫째 의료기술평가 주제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최근 수행한 의료기술평가 주제들과 매우 유사하며, 보건의료제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문제의식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체계적 문헌고찰을 통해 살펴보는 근거는 동일하고 이를 각 국가가 어떻게 가치 평가하느냐가 관건이라면, 의료기술평가단계에서 신속평가(rapid review) 혹은 국제협력 등을 통해 평가의 효율성을 높이고 근거에 대한 가치평가(appraisal)단계에 더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는 첫 번째와 유사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 의료기술평가는 객관적 근거를 다루는 방법론으로 강조되는 것과 달리 캐나다에서는 환자, 정책결정자들과 같은 이해당사자의 가치 반영, 근거에 대한 사회적 가치평가, 윤리적 쟁점 등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를 근간으로 하는 정책 및 사회적 결정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2009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의료기술평가업무를 시작한 내가 그동안 지나치게 기술적인 부분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었는지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처음 CADTH를 방문하여 여러 부서 직원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내 질문은 늘 “결정기준이 무엇이냐?”였고, 돌아오는 답변은 한결같이 “명시적인 기준은 없고 토론을 통해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부끄럽지만, 나는 ‘예’, ‘아니오’를 나누는 기준 값에 집착증을 보이고 있었고 때로는 이를 ‘투명성’으로 오해한 것은 아니었나 반성하기도 하였다. CADTH가 수행하는 의료기술평가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캐나다 보건의료의 문제를 주의 깊게 살피고, 이해관계자들과 고민을 나누는 과정[각주:7]을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 인상적이었으며 이는 앞으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도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심포지엄의 정규 세션과 일부 세션은 CADTH 홈페이지를 통해 동영상(https://www.youtube.com/user/CADTHACMTS)이 공개되어 있으며 다양한 발표자료(https://www.slideshare.net/CADTH-ACMTS)들 역시 공개되어 있으므로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해보기를 추천한다. 다음해 심포지엄은 노바스코샤 할리팩스(2018년 4월 15일~18일)에서 개최될 예정이라고 하니 캐나다 주, 준주정부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의료기술평가활동들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쯤은 꼭 참석해보기를 추천한다.




  1. 캐나다 토론토에도 사무실이 있으며 토론토 사무실에는 캐나다 항암제 급여권고를 내리는 pCODR 프로그램 관련 직원들과 치료기기 의료기술평가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 약 30명이 근무하고 있다. [본문으로]
  2. 이번 심포지엄에서 대만 Center For Drug Evaluation 연구원 Mei-Chi Lai를 만났으며, 그녀는 이 심포지엄만을 위해 대만에서 캐나다 오타와까지 왔다고 했다. 한국에서처럼 대만에서도 국가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연구원에게 흔하게 주어지지 않는 해외학회 참석의 기회를 다른 학회가 아니라 CADTH 심포지엄 참석에 사용한 것이 의외라 물었더니 환자참여, 수평탐색(Horizon Scanning) 등 CADTH가 수행하는 업무에 대해 대만에서도 관심이 많다는 대답이다. [본문으로]
  3. CADTH는 방학기간 동안 학생들에게 CADTH 각 프로젝트 단위, 팀 단위로 직접 업무에 참여하면서 CADTH 업무 및 의료기술평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본문으로]
  4. Brian O'Rourke 박사는 2009년부터 CADTH의 기관장(President)이자 기관최고경영자(CEO)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현재 HTA 기관협의체인 INAHTA에서 board의 chair (2016-2018)를 맡고 있다. [본문으로]
  5. 캐나다 원주민의 경우 45세 이상 성인에서 당뇨발생률이 2배, 영아사망률 4배, 자살은 5-6배 높아 최근 캐나다 전체의 건강수준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또한 개인적으로 CADTH에서 참여한 연구과제도 Health Canada 요청으로 캐나다 원주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캐나다 외곽(remote) 지역의 보건의료센터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구비해야 하는 의료장비를 목록화하는 것이었다. 캐나다 전 국민의 건강향상을 위해 원주민들의 건강격차는 반드시 풀어야 하는 숙제이고, 이 분야에서도 의료기술평가가 강조되고 있었다. [본문으로]
  6. Ken bond는 기획전략 부서장으로 2014년 CADTH에서 업무를 시작하였으며, 그 이후 CADTH 의료기술평가 전반에 환자 참여를 본격화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현재 CADTH에서 환자참여 및 국제협력 책임자로 HTAi, INAHTA 등을 통해 환자참여, 의료기술평가의 윤리적 관점 도입 등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참고로 Ken은 90년대 한국에서 생활했던 경험으로 한식, 막걸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으며, 심지어 캐나다에서 직접 막걸리를 만들어먹기도 했다고 한다. 막걸리 발효 시 나오는 특유의 냄새를 싫어하던 아내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막걸리 제조를 지속하던 어느 날 발효 중이던 막걸리가 폭발(!)하는 사고 이후 더 이상은 막걸리를 집에서 만들 수 없게 되었다는 슬픈 캐나다 가장의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하였다. [본문으로]
  7. CADTH에는 의료기술평가 기획단계에서 프로젝트 범위, 핵심질문 등의 개발을 담당하는 Program development officer가 별도로 있으며, 각 주, 준주정부와의 긴밀하고 친숙한 관계형성을 위해 각 주를 담당하는 Liaison officer도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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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이상무 2017.06.29 18:40 신고

    훌륭한 감상문에 감사합니다. 이들의 행사의 내용, 규모도 배울만 하지만 그 밑에 흐르는 원칙, 사상, 일하는 법 이런 부분이 참으로 중여하다 생각합니다.
    아직도 우리 나라에서는 이러한 의료기술 평가, 근거기반의학, 가치 판단에 대한 이해가 적어 갈길이 멀지만 꼬준히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소통하면 언제가는 통하리라 생각합니다. 어제 암정복 포럼의 패널로 나온 화자단체 대표의 입에서 의료기술평가가 참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고 그래도 인지도가 높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고 좋았습니다.

    • addr | edit/del hi_neca 2017.06.29 18:47 신고

      소중한 의견과 관심 감사합니다. 더욱 노력하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