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이슈

전 세계적인 홍역 유행, 문제점과 해결방안은?

 

글. 이재갑 교수(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유럽과 동남아시아에서 홍역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그곳에 여행 다녀와 발병한 환자들로 인하여 우리나라와 미국 같이 홍역에 대한 예방접종률이 높은 국가들조차 그 영향을 받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경우는 홍역의 1차 예방 접종률은 어느 정도 달성되었으나 아직까지 2차 접종률이 충분히 높지 않아 환자가 대량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되나 선진국들이 몰려 있는 유럽에서의 상황은 여러가지 이유로 인하여 우려된다.

 

 

홍역은 전파력이 매우 강한 감염병으로 면역력이 없는 사람들 안에서 한 사람의 감염자가 12~18명의 새로운 감염자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기초재생산지수: R0 = 12~18). 지역사회내에서 홍역의 유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군중면역을 형성하려면 적어도 전인구의 92~94%가 홍역에 걸렸거나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일반 성인에서 홍역에 대한 면역력의 증거는 다음과 같다.

 

① 기록으로 확인된 2회의 백신 접종력
② 실험실 검사를 통해 확진이 된 홍역 병력
③ 혈청 검사를 통해 확인된 홍역 면역력
● 단, 1967년 이전 출생자의 경우 대개 자연감염에 의해 홍역에 대한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의료시설 종사자와 같은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홍역에 면역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함
● 1~3의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 성인은 최소 4주 간격으로 2회의 MMR접종을 권고함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의하면 2016년 1차 MMR(홍역/볼거리/풍진) 접종률은 97.5%(2세 미만), 2011년 2차 접종률은 98.2%(6세에서 조사)로 예방접종이 매우 잘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은 홍역에 대해서 매우 모범적인 국가로 2014년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로부터 홍역퇴치국가 인증을 획득하였으며 유럽이나 동남아시아와 같은 대규모 홍역 유행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선진국으로 알고 있는 유럽에서는 왜 이렇게 홍역이 유행하고 있을까?
거슬러 1998년에 있었던 사건이 발단이 되었다. 웨이크필드라는 영국의 유명한 백신학자가 그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영향력이 매우 높은 ‘Lancet’이라는 의학논문잡지에 “MMR 예방접종이 소아에서 자폐증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 논문은 전세계의 부모들에게 MMR 접종을 꺼리게 하는 원인이 되었으며 유럽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던 국가필수예방접종의 접종률을 낮추는데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되었다. 그림 1을 보게 되면 1998년 이 논문이 발표되고 나서 영국의 MMR 접종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 1. 1995년부터 2003년까지 영국의 MMR 예방접종률>

(출처: https://www.eurosurveillance.org/content/10.2807/esm.09.04.00464-en)

 

1998년 이후 유럽의 MMR접종률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림 2를 보면 2차 접종률이 85% 미만인 국가들이 유럽 국가 중에 상당수임을 확인할 수 있고 그림 3을 보면 2차 접종률이 85% 미만까지 떨어진 국가들을 중심으로 홍역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유럽의 예방접종률의 감소는 자폐증과 관련한 잘못된 정보와 유럽내 백신반대그룹의 조직적 활동의 영향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럽의 각국들은 소아의 필수 예방 접종률을 높이기 위하여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부모들에게 벌금을 물리는 등의 법적 조치를 강구하기 시작했다.

 

<그림 2. 2016년 유럽의 국가별 MMR 예방 접종률>

(출처: European Centre for Disease Prevention and Control. Monthly measles and rubella monitoring report. 2019. Available from: https://ecdc.europa.eu/sites/portal/files/documents/Monthly-Measles-Rubella-monitoring-report-June-2018.pdf)

 

<그림 3. 유럽의 2017-2018년 홍역 국가별 발생률 (인구 백만명당 발생 수)>

(출처: European Centre for Disease Prevention and Control. Monthly measles and rubella monitoring report. 2019. Available from: https://ecdc.europa.eu/sites/portal/files/documents/Monthly-Measles-Rubella-monitoring-report-June-2018.pdf)

 

우리나라처럼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서의 발병 형태는 어떻게 일어날까? 대구의 17명 발생 상황까지의 통계를 보면 소아에서 9명이 발생하였는데 이 중 1세 미만이 5명, 1~4세에서 3명, 5-10세 사이에서 1명, 성인에서는 8명 발생했는데 이 중 의료인 6명, 홍역에 걸린 아이의 어머니에서 2명의 환자가 발생하였다. 소아 환자는 1세 미만의 MMR예방접종을 아직 맞지 못하는 영유아에서 주로 발생하였고, 성인환자는 홍역환자를 진료했던 의료진에서의 발병이 대부분이었다.

 

MMR은 생후 12~15개월에 접종하기 때문에 12개월 이전의 아이들 중 태반을 통해 어머니한테서 받은 항체가 일찍 사라진 아이들이 홍역 환자에 노출되면 발병할 수가 있다. 이렇게 홍역이 유행하는 지역은 영유아 예방접종을 원래 일정인 12-15개월에서 당겨서 6개월에서 11개월에 접종하고 이후 12~15개월(가속 접종 후 최소 4주 이상의 간격), 4~6세의 원래 맞던 일정대로 접종하게 한다. 홍역 유행이 있어 가속 접종이 시행되는 지역의 영유아들은 총 3회의 MMR을 맞게 된다.

 

의료인의 경우, 홍역의 증상이 심한 환자들이 병원을 찾게 되고 이런 환자들은 바이러스 배출이 많기 때문에 홍역의 감염력이나 2회의 MMR 예방 접종력이 확실하지 않은 의료인들은 돌파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대한감염학회는 아래와 같이 의료인에서의 홍역에 대한 면역력의 기준을 강화하는 의견서를 발표하였다.

 

대한감염학회 성인예방접종위원회 의료인 MMR예방접종에 대한 의견서
(2019년 1월 29일)

① 기록으로 확인되는 (예방 접종 수첩, 의무 기록 또는 예방접종등록 관리정보시스템 기록 상, 생후 12개월 이후 28일 이상 간격을 두고 2회접종) 확실한 백신 접종력
② 실험실 검사를 통해 확진이 된 홍역 병력
③ 혈청 검사로 확인된 홍역 면역력
● 일반인에서 적용되는 1967년 이전 출생자에서 홍역에 대한 면역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규정도 의료인에서는 적용하지 않고 연령과 무관하게 ①~③의 조건에 하나라도 해당되지 않은 경우 최소 4주 간격으로 2회의 MMR 예방접종을 권고함

 

홍역과 같은 전통적인 감염병의 유행은 개별 국가들의 예방접종률의 변화와 홍역 발생 상황의 변화와 맞물려 홍역 유행을 억제할 수 있는 국가 또는 지역사회 내의 군중면역의 변화와 연관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지금까지는 부모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MMR의 접종률이 매우 높게 유지되고 있는데 백신반대그룹의 활동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어서 현재의 접종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홍역 환자와 접촉이 빈번한 의료인 대상 예방접종을 철저히 시행하여 병원 내 홍역의 유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여야 하고, 이러한 노력을 통해 홍역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면역저하 입원환자의 감염을 막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 본 기고문은 저자 개인의 의견이므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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