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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NECA/사회 속 NECA

[Vol.61 19년 제6호] 사회 속 NECA - 끊임없이 고민하는 NECA이길 바라며

사회 속 NECA

끊임없이 고민하는 NECA이길 바라며

 

글. 조주연 (한국소비자연맹)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노인 의료비 증가,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 요구, 진료정보에 대한 환자의 알권리 요구는 증가하고 있으나, 의학정보의 홍수 속에서 의료진은 개인의 임상경험을 토대로 의사결정 하는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과학적 방법에 기초한 의학적 판단 소위 ‘근거기반의학’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인.허가를 관장하는 공공기관, 보험과 관련한 기업과는 구별되는 NECA라는 중립적인 공적의료 전문가 집단이 2008년 12월 설립되었다.

 

 

NECA는 첫째로 의료기술평가연구를 통한 효율적 자원활용을 위해 사회적 수요에 기반한 연구주제를 발굴하고, 의료기술의 비교효과를 통한 근거 제시, 환자안전 제고를 위한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으며, 둘째로 보건의료정책 의사결정을 지원원하기 위한 근거장출 및 사회적 합의를 지원하는가 하면, 국가주도 임상연구의 안정적 운영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셋째로, 안전하고 유효한 신의료기술의 도입을 위해 신의료기술 탐색, 평가 체계의 선진화, 유망 신의료기술 근거창출을 지원하고 있다.

 

국민 개개인과 의료진, 정책결정자의 의사결정에 합리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NECA는 체계적문헌고찰과 다양한 전문가 및 학회의 의견 청취를 통해 신뢰할만한 양질의 연구성과를 제공한다. ‘근거기반의학’의 중요한 도구인 ‘체계적 문헌고찰’은 구체적 질문이나 문헌선택방법 및 기준 등을 포함한 연구계획서를 작성한 후, 관련 문헌들을 빠짐없이 검색하여 미리 정한 기준에 따라 일차 취사선택 한다. 그다음 선택된 문헌들의 비뚤림 위험을 평가하여 연구의 질을 파악한다. 마지막으로 선택된 문헌들의 결과를 합성하여 정량적으로 임상적 효과성과 안전성을 평가한다. 연구주제와 관련 있는 모든 연구논문들을 찾아내서, 논문들의 질평가를 한 후 합성하여 결론내리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주요사업의 정책활용 성과를 살펴보면, 갑상선 초음파 검진의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결과를 발표하여 637억 원, 글루코사민의 골관절염 예방 및 치료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연구결과가 글루코사민의 급여 목록 삭제에 활용되어 94억 원의 건강보험재정과 국민의료비 절감에 기여한 바 있다. 국가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에 기여함과 동시에,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사회적 합의안을 도출하였고, 이 합의안은 이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제정.공포에 활용되어 2017년 8월 시행할수 있도록 역할을 한바 있다. 또한 전자담배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한 전문가들의 합의를 도출하는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관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전문가와 일반인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사회적 이견과 갈등을 조정하는 중요한 역할도 하고 있다.

 

한편, 라식·라섹수술 등 근시교정술의 장기적 안전성을 검토하고, 줄기세포 치료에 관한 대국민 정보집을 발간 하는 등 임상적 효능과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술을 체계적으로 연구평가하여 관련 제도개선 지원 및 환자와 일반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국가일반건강검진의 사망률 및 의료비 지출 영향을 분석하여 국가일반건강검진의 효과를 확인하는 한편, 내시경 생검 시 사용되는 생검용 가위의 재사용 여부를 체계적 문헌고찰과 해외사례를 통해 분석하여, 보건복지부가 일회용 생검용 가위 구입비용 전액을 건강보험에서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정확한 진단 및 치료의 적정성을 보장하여 환자치료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신의료기술평가 관련하여서는, 안전성이 확인되었으나 유효성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부족한 신의료기술을 대상으로 근거 축적의 기회를 주는 제한적 의료기술 평가제도를 도입하였으며유망한 신의료기술을 발굴하고 지원하여 환자의 의료 선택권을 보장하고, 보건의료산업 발전 촉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정부금연정책에 대한 개선방안을 도출하고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의 과학적 평가를 통해 국가필수 예방접종에 편입시킨바 있다.

 

NECA에 국민참여단으로 참여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한편으로 뿌듯했던 점을 소개하자면, 첫째, 중립적인 입장에서 의료기술에 대한 유효성, 안전성, 경제성을 검증하고 국민 개개인과의료진, 정책결정자의 의사결정에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기관이 10년간 국민을 위해 존재해 왔다는 점을 인지하게 된 것이며, 둘째, 의료진이나 정부정책에서 확인하기 어려웠던 약제, 의료기술, 보건의료제도에 대한 의문점들 중 많은 부분이 NECA의 연구로 확인되고 정책에 반영되어 개선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점이다. 마지막으로 셋째, 이처럼 중차대한 사명을 지닌 NECA에 국민참여단으로 활동하며, 의견을 개진하고, 안건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등의 평가를 수행하였다는 점도 소비자단체의 일원으로서,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뜻깊은 일이었다고 생각되었다.

 

 

NECA의 이러한 양질의 연구결과와 정책반영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일반 국민들에게 부족한 인지도이다. 한국은 의료비 증가율과 국민의료비 중 가계직접 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대비하여 상당히 높지만, 의료 소비자는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근거 중심의 의료정보 접근에 제한을 받고 있다. 일반 의료 소비자들이 중립적인 공공기관인 NECA의 존재를 인지하고 검증된 연구성과들을 온·오프라인을 통해 확인하기 쉽다면, 의료진과의 상담과 치료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어 치료 효과가 증대될 것이며, 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성을 보다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국민 참여를 통해 성과 확산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과 NECA만이 할 수 있는 연구주제를 제안해 보고자 한다. 먼저 연구주제 제안과 우선순위 설정 시 다양한 연령과 직업군을 고려한 국민 패널 운영을 제안한다. 환자단체나 소비자단체도 일반 국민이긴 하지만, 대표성을 확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보건의료 관련 문제는 국민건강과 직결되며,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인식과 관점이 공존하므로, 보다 다양한 의료소비자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 연령별, 직군별 다양한 국민들을 대상으로 국민패널을 모집하여 이들이 연구주제를 제안하고 연구주제별 우선순위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다면, 한층 능동적으로 다양한 국민의 관심사를 반영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과확산 효과도 있는 동시에 국제보건기구(WHO)에 제안한 보편적 의료보장(universial health coverage)에 한발 더 다가가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연구주제에 대한 후속조치로 제안하는 것은 제안주제 pool 관리와 제안자에 대한 피드백이다. 제안 받은 주제가 당해 연도 연구주제로 채택되지 못하더라도 연구주제 Pool로 관리함으로써, 향후 연구주제 제안 및 심사 시 이를 참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연구주제를 제시한 국민들이 심사 이후 연구주제의 구체적인 선정기준과 우선순위, 채택여부를 알게 된다면, 투명성 제고와 더불어 차후 연구주제 수요조사시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보건의료 관련 사회적 현안을 중립적인 NECA가 연구주제로 삼길 바란다. 예를 들어 요즘 이슈가 된 인보사 사태를 지켜보면, 인보사 주사를 투약한 환자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한 신뢰가 깨졌기 때문에, 제3의 중립적 의료 관련 공적기관이 이들의 부작용을 장기적으로 추적관찰 및 관리를 해주길 원하고 있는 반면, 유전자치료, 바이오기술 등의 최점단의료산업계는 산업발전의 저해요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NECA는 중립적인 동시에 건강보험심사자료, 암등록자료, 통계청 자료를 연계하여 연구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갖추고 있으므로 이해당사자들 모두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라고 생각된다. NECA가 부작용을 지속적으로 추적관찰하고 이를 근거로 활용하여 제도를 개선한다면, 투약한 환자들에 대한 보호 조치는 물론, 차후 비슷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민들이 최첨단의료기술인 유전자치료와 바이오기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최근 OECD가 발표한 2018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임상의사 수는 인구 1천 명당 2.3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적은데 비해, 국민 1인당 의사의 외래진료 횟수는 17회로 가장 많았고, 의료비 증가율과 국민의료비 중 가계 직접 부담률은 상당히 높다. 의료소비자의 알권리와 참여 욕구를 충족시키고, 외래진료 횟수가 높은 임상의사들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진료를 위해, 그리고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재정을 위해 NECA의 역할이 보다 강조되어야 할 시점이다.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제안하고 연구하며, 그 성과를 확산할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NECA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