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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이슈/보건의료이슈

[Vol.21 2월호] 보건의료이슈 :: 감기와 비타민 C-오래된 논쟁

 

 

글. 박현아 교수(인제대학교 백병원 가정의학과)

 

 

 

1. 폴링과 비타민 C
비타민 C의 감기예방효과에 대한 논란은 70년 이상 의학계에서 지속되어 온 오래된 쟁점이다. 논란의 시발점은 화학상과 평화상으로 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미국의 화학자 리누스 폴링 (Linus paulng, 1901~1994)이었다. 1966년 폴링은 생화학자인 Irwin Stone으로부터 우연히 고용량 비타민 C가 인간의 수명을 늘려준다는 매우 흥미로운 견해를 들고는, 아내와 함께 매일 3그램의 비타민 C를 복용하기 시작한다. 폴링은 비타민 C 복용 후, 신기하게도 자신을 괴롭히던 잦은 감기가 줄어드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되고, 열정적으로 기존의 비타민 C에 대한 연구들을 재분석하고 자신의 이론을 더해 1970년 저서인 ‘비타민 C와 감기’의 초판을 발행한다. 음식만으로는 충분한 비타민 C를 섭취할 수 없으며, 고용량 비타민 C가 감기를 줄여준다는 폴링의 생각에 대해 당시 의학계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저명한 과학자의 번거롭지도 않고 게다가 비용도 적게 드는 새로운 요법에 일반인들이 환호하게 되면서 이후 지금까지 지속되는 비타민 C 유행의 시발점이 된다. 

 

2. 코크란 메타분석 결과
비타민 C의 감기예방에 대한 임상시험은 1940년대부터 시작되었지만, 본격적인연구들은 폴링의 비타민 C에 대한 발표 이후로 폴링 이론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한 수십 개의 임상시험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루어졌다.


비타민 C와 감기에 대한 코크란 메타분석은 2000년에야 처음으로 이루어졌는데, 30개 임상시험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 비타민 C는 감기를 예방하지 못하였고, 단, 감기에 걸리게 되었을 때 이환 기간을 1회 감기 당 약 반나절 정도 줄여주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2004년 업데이트 메타분석부터는 비타민 C 복용량에 제한을 두어 하루 200밀리그램 이상 복용한 연구만을 포함시키는 등 연구의 포함배제 기준이 세련되어 졌고, 하위집단 분석도 추가되었다. 29개 연구의 11,077명을 포함한 2004년 분석에서도 비타민 C는 2000년과 일치되게 일반인에서는 감기예방 효과가 없다고 보고하였지만, 일부 극심한 신체활동을 하는 사람, 예를 들어 마라토너, 스키선수, 군인과 같은 집단에서는 감기를 50% 정도 예방하는 효과를 보인다고 하였다. 감기 예방효과와는 다르게, 이환기간에 대한 분석에서는 비타민 C가 효과적이었는데, 감기에 걸렸을 때 비타민 C는 성인에서는 8%, 소아에서는 14% 이환기간을 줄여주었다. 이러한 이환기간 감소효과는 비타민 C를 평소에 꾸준하게 먹는 경우에만 나타나며, 감기가 걸리고 난 후 치료적으로 먹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후 메타분석은 2007년과 2013년에 두 차례 더 업데이트 되었지만 결과의 방향과 효과의 크기는 변화가 없었다. 따라서, 비타민 C는 호흡기계 면역에 작지만 어느 정도 기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3. 오래된 논쟁에 대한 결론
그렇다면 이러한 결론을 가지고 비타민 C를 감기에 대한 효능을 목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타당할 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이환기간 감소의 효능은 증명되었지만 그 효능의 크기가 매우 작아 보이기 때문이다. 메타분석에서 나타난 이환기간 감소인 성인에서는 8%, 소아에서는 14%를 이환 일수로 환산하면 성인에서는 일년간 평균 12일 감기로 아플 것을 11일로 줄여주고, 소아에서는 28일을 24일로 줄여주는 정도이다. 성인에서 하루, 소아에서 나흘의 감기로 아픈 기간을 줄이기 위해 일년 내내 고용량 비타민 C를 복용하는 번거로움과 소요되는 비용을 저울질 해보면 감기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비타민 C 복용이 권장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의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단, 극심한 신체활동을 하는 사람에서는 감기예방 효과가 50%정도로 크고, 비타민 C가 비교적 부작용이 적고 안전한 보충제이기 때문에, 감기예방을 위해 비타민 C를 복용을 시도해 볼 수 있다.

 

4. 비타민 C의 역할과 부작용
비타민 C는 인체 내에서 오래 머물지 않아 매일매일 일상적인 생활에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필수영양소이다. 대부분의 포유동물과 식물은 포도당을 이용하여 비타민 C를 합성할 수 있지만 유독 사람만은 비타민 C를 합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타민 C는 인체 내에서 콜라겐, 신경전달물질의 합성에 관여하며 부족하면 잇몸에서 피가 나는 괴혈병이 생긴다. 또 강력한 항산화제로 인체내의 산화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한국인의 비타민 C의 하루 권장량은 100mg이므로 비타민 C를 그램 단위로 복용하는 경우는 권장량의 수십 배 내지 수백 배를 먹게 되는 셈이다. 비타민 C는 수용성 비타민으로 인체에 축적되지 않아 독성이 적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램 단위로 고용량 먹게 되면 흡수되지 않고 장내에 남아 메스꺼움, 복부팽만, 설사, 복통 등의 위장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신장으로 배설되면서 소변으로 옥살산의 배출을 증가시켜 신장결석을 만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위장장애가 있거나 신장결석의 병력이 있는 분들에서 고용량의 비타민 C는 권유되지 않는다.

 

5. 비타민 C가 도움되는 경우
감기와 비타민 C에 대한 임상시험을 국가별로 나누어서 비교해보면 유독 영국에서 실시된 임상시험에서만 비타민 C 보충이 감기의 발생을 30%정도 감소시켰다. 이는 임상시험이 실시되었던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영국인에게서 음식을 통한 비타민 C 섭취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유사하게 북미대륙에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도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주스를 평상시 잘 마시지 않는 사람에서, 많이 마시는 사람보다 비타민 C를 주었을 때 감기예방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평상시 비타민 C 섭취가 부족한 사람에서는 비타민 C 보충제가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정 영양소가 특정질환에 효과적이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고 아직도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 많지만, 영양소의 효능에 대한 절대적인 진리도 있다. 부족한 영양소를 채워주면 유익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이다. 평상시 채소와 과일을 잘 먹지 않는 사람, 흡연으로 인해 체내 비타민 C가 고갈된 사람에서는 감기예방을 위해 채소와 과일을 늘려 비타민 C를 충분하게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 음식을 통한 섭취가 불가능할 경우는 비타민 C 보충제를 고려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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