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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이슈/보건의료이슈

[Vol.25 6월호] 보건의료이슈 :: 국내 공익적 임상연구의 현황 및 필요성

 

 

 

 

 

글. 박덕우 교수(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서론
최신의료에서의 임상적 가이드라인과 이에 따른 근거중심의학의 바탕은 다양한 임상연구를 통하여 축적된 정보를 토대로 한다. 임상연구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무작위 임상연구 (randomized clinical trial; RCT)와 대규모의 관찰 연구 (large-sized observational registries)가 임상연구의 두 축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임상연구를 수행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가 research funding이며 적절한 research funding없이 임상에서 실질적으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만한 양질의 임상연구를 수행하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임상연구의 많은 부분이 대규모의 제약회사 및 의료기기 회사의 research funding을 통하여 이루어 지고 있으며 대부분 이러한 연구들은 funding을 제공한 회사의 이익에 부합되는 연구를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환자 진단 및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unmet needs부분이 여전히 많이 존재하고 이러한 unmet needs는 대부분 양질의 임상연구를 통해서만 진정한 치료 효과 (true treatment effects)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unmet needs의 상당부분이 개별적 제약회사 및 의료기기 회사의 직접적인 이익과 관련이 없는 부분이 많아 이에 대한 research funding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공익적 임상연구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글은 공익적 임상연구의 중요성과 국외 및 국내의 현황을 살펴봄으로써 국내에서 공익적 임상연구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넓혀보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공익적 임상연구의 필요성 및 대표적인 공익적 임상연구의 실례
현재 임상지침 (clinical guideline)의 대부분은 level of evidence가 가장 높은 대규모 3상연구 (landmark, phase 3, randomized trials)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실제로 미국 FDA에서도 대부분의 신약이나 의료기기 허가에 있어 대표가 될만한 3상연구를 통한 근거 없이는 쉽게 허가를 내어주지 않는 실정이다. 이러한 큰 규모의 무작위 임상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research funding이 필수적인 상황이지만 대부분의 제약회사 및 기기회사는 본사의 이익에 부합하는 연구에만 주로 resource를 지원하기 때문에 공익적 연구목적에 관한 연구지원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 지난 10여년 동안 다양한 심장질환분야의 지침을 마련하는데 있어서 충분히 근거가 될만한 무작위 임상연구가 존재하는 경우는 대부분 30% 미만이었으며 이는 실제로 임상에서 unmet needs가 얼마나 많은지를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Figure 1). 
 

 


Figure 1. JAMA 2009;301:831-41

 

다시 말해 여러 주요질환에서 임상지침 마련에 근거가 될만한 무작위 임상연구가 10-3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일상의료에서 unmet needs가 매우 크지만 제약회사 및 의료기기 회사의 관심 밖의 주제로 적절한research funding을 지원받지 못하는 것이 주된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부분에서 공익적 임상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바이다. 공익적 임상연구의 대표적인 예로 최근에 NEJM에 발표된 PROMISE Trial을 들 수 있다 (Figure 2). 최근 협심증의 진단에 있어 관상동맥 CT의 사용이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되고 실제로 1차~3차 의료기관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해부학적 협착 정도를 평가하는 관상동맥 CT가 기존에 기능적 협착유무를 평가하는 심장부하검사 (Treadmill test, Stress Echo, Thallium or SPECT)보다 주요 심장사건을 실제적으로 줄이는지에 대해서는 모든 연구자가 궁금해하는 부분이며 임상에 미치는 파급효과 또한 매우 큰 unmet needs 분야라고 할 수 있다. PROMISE trial은 무려 만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임상연구를 진행하여 수백억 이상의research funding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최종 연구결과에 따라 본사 이익에 반하는 부분까지 감안하면서 CT 기기회사에서 연구를 지원할 리는 만무하다. 이와 같이 임상에서 반드시 필요한 공익적 임상연구는 국가연구비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며 PROMISE 연구 또한 100% 국가지원 (NHLBI; the National Heart, Lung, and Blood Institute)를 통하여 이루어졌다. 
 

 


Figure 2. N Engl J Med 2015;372:1291-300

 

외국의 공익적 연구비 지원 현황 및 국내의 실정
위와 같이 의료의 여러 분야에서 공익적 임상연구가 매우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는 국가의 체계적인 연구비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미국의 예를 살펴보면 전체 biomedical research분야의 funding중 국가나 공공기관에서 지원하는 비중이 대략 40%정도로 국내에 비하여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Figure 3). 
 

 

Figure 3. JAMA 2010;303:137-143

 

하지만 우리나라 국가연구비 지원 현황을 보면 대부분의 연구지원이 기초연구, 중계연구 및 플랫폼 지원 사업 중심으로 되어 있으며 임상근거 마련을 위한 공익적 임상연구에 대한 연구비 지원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의 경우에도 최근 10여년동안 국내 및 전세계적으로 임상근거 마련을 위한 다양한 공익적 임상연구를 수행하였지만 국가가 연구비를 지원한 경우는 10%미만으로 매우 제한적이었다.

 

 결론
지난 10여년동안 국내에서도 RCT나 대규모 registries연구를 통한 임상연구가 매우 활성화 되었고 경쟁력 또한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매우 제한된 research funding으로 인하여 임상에서의 unmet need를 충족시킬만한 임상연구는 아직도 매우 부족한 실정이며 이러한 연구분야 중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가 공익적 임상연구에 대한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공익적 임상연구가 개별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회사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목적이 아닌 실제 임상에서 질환에 대한 최선의 진단 및 치료방침을 정하는 것이 주된 목표인 상황에서 미국 NIH, NHLBI와 같은 체계적인 국가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공익적 임상연구 수행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전문가 집단의 관심 및 확대된 국가 연구비 지원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며, 향후 활성화된 공익적 연구를 바탕으로 임상연구의 국가경쟁력 증대 및 실질적인 국민건강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는 바이다.

 

※ 본고는 외부 필자의 원고로서 <공감 NECA>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