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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이슈/보건의료이슈

[Vol.31 12월호] 보건의료이슈 :: 기관지천식 완치 가능한가?

 

 

 

글. 염호기(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37세 여성이 몇 년 전부터 기침이 있어 서울백병원 호흡기 내과를 방문하였다. 환자는 우울해 보일 정도로 걱정스런 표정으로 자신의 증상을 호소하였다. 이제 치료를 포기 했다는 말과 함께 마지막으로 희망을 갖고 찾아 왔다고 한다. 어디를 가도 천식이 낫는다는 말을 들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6개월 전부터 다시 기침이 시작되었다. 계절이 바뀌거나 조금만 날씨가 추워도 기침이 나고 콧물이 나고 코가 막혀서 밤에 잠을 설친다고 한다. 항상 목이 답답하고 목에 뭔가 끼여 있는 느낌이 있다. 감기를 달고 사는 것 같다가 감기 기운이 좋아져도 몸이 나른하고 기침은 계속된다. 하도 기침을 많이 해서 아주 심하지 않으면 치료도 포기하고 살아왔다. 어차피 낫지도 않는 병이라고 생각하니 치료할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 청진을 해보니 천명(쌕쌕거리는 소리)이 들렸다. 담배는 피우지 않는다.

 

폐기능검사를 해보니 정상치의 63%로 감소되어 있었다. 이제 걱정은 그만하고 열심히 치료해 보자고 격려하였다.  천식에 대한 상식과 현재 상태를 설명하였다. 어떻게 치료할지 그리고 환자 스스로 어떻게 조절 가능한지를 설명하고 다음 진료예약을 잡았다. 환자는 천식을 치료하겠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의사는 환자에게 희망을 선물하는 사람이다.

 

2주후 환자의 증상은 현저히 개선되었다. 환자 표현에 따르면 기침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폐기능은 정상의 약 80%였다. 자세히 물어 보니 아직도 하루에 기침을 4-5회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전에 수십 번 했던 것에 비하면 지금은 다 나았다고 자랑하듯 좋아한다. 이때 나는 환자분에게 묻는다. 기침은 하루에 몇 번까지 하는 것이 정상일까요? 갑자기 당황한 환자는 ‘글쎄요 생각 안 해 봤습니다.’ 라고 한다.


기침은 하루에 한번, 아니 한 달에 한 번도 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기침은 나를 보호하기 위한 정상적인 방어기전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지 않는 기침은 한 번도 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국제 기준에도 한 달에 1-2번 기침을 해도 천식이 완전 조절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 기침을 한다는 것은 기도(기관지)에 여전히 염증이 남아 있다는 의미이다. 염증이 있으면 천식을 유발하고 악화시키는 여러 가지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여 기침을 하게 된다. 기침은 천식 조절의 중요한 기준이고 지표이다.

 

천식에 대한 잘 못된 상식들이 있다. 천식에 대한 오해는 천식 치료를 더 어렵게 한다. 제대로 알고 치료한다면 천식은 완치될 수 있다.

 

첫째, 천식이 아니다. 감기 치료해 주세요. 
사람들은 감기에 걸렸다고 병원에 온다. 정말 감기에 걸린 사람들은 병원에 잘 오지 않는다. 감기 기운이 있으면 약국에서 약을 사먹고 버티다가 그래도 안 나으면 병원을 찾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기증세가 먼저 왔기에 감기가 낫지 않는 것이라고 믿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무슨 감기가 한 달씩 계속되겠는가? 이쯤 되면 다른 병을 생각해야한다. 그런데 자신이 천식이라는 무서운 병에 걸렸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그렇다. 
감기만 치료하면 감기만 낫지 천식은 낫지 않는다. 감기 증세로 시작해서 감기기운은 좋아졌지만, 1주일 이상 기침을 하면 병원에 한번 가보자. 감기라면 다행이고 천식이라면 빨리 치료하는 것이 천식을 만성병으로 만들지 않는 지름길이다.

 

둘째, 천식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검사가 정상이다.
기침을 오래해서 개인의원, 이비인후과, 내과 등에서 검사도 받고 치료를 받았다. 이비인후과에서는 목에 염증과 역류성질환으로 치료 받았다. 내과에서 X-선 사진을 포함한 검사를 하였지만 모두 정상이다. 약을 먹으면 조금 좋아지는 듯싶지만 며칠 지나면 다시 기침을 한다. 어디 꼭 아프진 않지만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한다. 천식은 일반적인 검사로 나타나지 않는다. 일차적으로 천식의 증세 변화를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검사는 폐기능검사, 알레르기검사, 천식 유발 검사 등을 실시한다. 숨이 차고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는 천식은 어렵지 않게 진단가능하지만 기침만하는 천식은 간단하지 않다. 환자의 증상과 신체진찰 그리고 검사소견을 종합해야 진단할 수 있다. 대부분 가슴 X선 검사는 정상이다.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비염과 부비동염(축농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진단과 치료도 병행해야한다.

 

Table 1. 급성기침과 만성기침의 차이

기침

급성 (수일) 기침 (감기, 상기도감염)

만성 (8주이상) 기침

동반증상

전신 증세: 몸살, 근육통, 관절통, 전신쇄약, 발열

상기도증세: 콧물, 재채기, 코막힘, 비후루증,

목의 자극증세, 눈물

감기 증상 없음, 비 흡연가,

ACE 억제제 복용력 없음,

정상 흉부 X 선 소견,

마른기침

 

흉부진찰

정상

천명

원인질환

감기, 폐렴, 독감, 급성 부비동염 (축농증)

만성폐질환의 악화

알레르기비염, 자극성 비염

비후루증, 천식, 위식도 역류 (90%)

만성 기관지염, 기관지 확장증 감염후 기침, 약물에 의한 기침, 폐암, 심인성기침

 

셋째, 전 알레르기 같은 것 없어요. 천식이 아닐 거예요.
평생 이렇게 기침해 보긴 처음이에요. 가족 중에 천식환자도 없어요. 알레르기도 없어요. 나는 천식이 아닐 거예요. 기침을 오래하고 병원에 오시는 환자분들의 희망이다. 이렇게 말하는 저변에는 혹시 의사가 천식이라고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담겨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정도로 기침을 하니 환자 스스로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경험해보지 않았다고 실제 있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알레르기는 본인도 모르게 살면서 획득해 간다. 실제 검사를 해보면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곰팡이, 동물털 등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경우가 빈번하다. 일반적으로 알레르기를 두드러기와 혼돈하여 피부에 증세가 나타나거나 음식물 부작용을 떠올린다. 가장 흔한 알레르기 질환은 비염이고 기관지에 알레르기 증세가 생기는 것이 천식이다.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사람이 알레르기성 천식이 될 확률은 비염환자의 2/3정도이다. 기관지에 알레르기 증세가 있는 천식의 초기 증상이 바로 기침이다.

 

넷째, 천식은 숨이 찬 것이 아닌가요?
예전에 그랬다. 천식을 조절하지 않거나 심해지면 결국 호흡곤란이 발생된다. 최근에는 이렇게 심한 천식은 흔하지 않다. 예전에는 이런 환자가 많았다. 그러나 건강보험이 확대되고 나서 이런 중증의 천식보다는 기침만 하는 가벼운 천식이 대부분이다. 요즈음 천식은 호흡곤란이나 천명(쌕쌕거리는 소리) 보다 반복적인 기침이나 가슴이 답답한 가벼운 증세를 보인다. 이러한 증세는 수시로 변화한다. 아침저녁으로 심해지거나 야간에만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마치 밤에만 찾아오는 도깨비처럼 밤에 기침이 심해진다. 오전에 기온이 올라가면 저절로 좋아지기도 하기 때문에 질병이 좋아졌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천식 증세는 날씨, 온도, 습도, 찬바람, 운동, 먼지, 연기뿐만 아니라 그날 기분에 따라서도 악화와 호전을 반복한다. 한여름에도 에어컨 바람만 쐐도 기침을 하는 천식 환자도 있다. 한마디로 외부환경과 내부상태에 따라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천식의 커다란 특징이다. (National Asthma Education and Prevention Program (NAEPP). Expert Panel Report 2: Guidelines for the Diagnosis and Management of Asthma.   National Heart, Lung, and Blood Institute (NHLBI),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  GINA 2015.)

 

다섯째, 천식은 낫지 않는다? 천식은 치료하면 완치 가능하다.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기관지 천식이 완전 조절 상태가 되는 경우는 약 8%밖에 되지 않는다. 홍콩(14%), 싱가포르(11%) 보다 낮고, 태국과 비슷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전혀 조절이 안 되는 군이 홍콩(16%)에 비해 우리나라가 2배(37%) 이상 높다.

 

Fig. 1. 국가별 천식 조절 상태 (     ; 조절안됨,       ; 부분조절, 흰색; 완전조절)
       Thompson PJ et al. Respirology 18:957, 2013.

 

천식 조절이 안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천식 입원률은 OECD 국가에 비하여 2배 이상 높다. 2011년 OECD 국가 천식 입원률은 인구 10만명당 45.8명이였지만 우리나라는 102.8명으로 높다. 다른 국가에 비하여 천식이 조절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중증의 천식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천식을 조기에 치료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천식을 잘 조절하면 입원을 적게 할 수 있다.

 

천식을 잘 조절하면 분명 완전조절 상태로 완치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완치율이 낮은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천식에 대한 인식을 반영한다. 결국 완치가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의사들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의사들이 낫지 않는다고 하기 때문에 환자들도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다. 천식은 어떤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든 기도(기관지) 염증성 질환이다. 염증을 치료하는 약제를 적합하게 사용하면 완전조절이 가능한 질환임을 명심하고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섯째, 천식을 진단하려면 폐기능검사를 해야 한다.
천식은 임상적 질환이다. 환자의 증상과 병력만 자세히 물어보고 신체진찰을 하면 진단이 가능하다. 때로는 천식의 상태와 경과를 보기 위하여 폐기능검사를 한다. 폐기능 상태를 확인하고 기관지확장제에 대한 반응을 관찰한다. 흉부X선 촬영을 하는 이유는 기침을 유발하는 다른 질환을 감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천식에서는 정상으로 보인다. 오히려 알레르기 비염에 동반된 부비동염이 있을 수 있어 부비동 촬영이 도움이 된다. 기관지천식 유발검사와 운동유발검사 등이 진단에 도움이 된다. 기관지천식의 가장 큰 특징을 한마디로 말하면 변이성(variability)이다. 증상과 폐기능이 수시로 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천식환자에게 폐기능검사를 하는 것은 당뇨병이나 고혈압환자에게 혈당이나 혈압을 측정하는 것처럼 천식을 평가하고 조절하는 중요한 지표이다.

 

일곱째, 천식은 유전되어 예방이 불가능하나요? 천식은 예방가능하다. 
천식은 유전될 수 있다. 부모가 천식이라면 자식 중에 한 명은 천식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환경적인 요인도 중요하다. 천식은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 알레르기 물질, 바이러스, 흡연, 자극물질 등 환경적인 요인에 반복적 노출에 의하여 복합적으로 발생된다. 가장 흔한 알레르기 물질은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동물털, 곰팡이 등이다. 집먼지진드기를 조절하기 위하여 침구는 항알레르기 제품을 사용한다. 침구를 55℃ 이상의 뜨거운 물로 정기적으로 세탁한다. 집안에 카페트, 화분, 동물, 가습기 등을 두지 않는다. HEPA 필터 방식의 공기 청정기가 도움이 된다. 환경을 조절하면 천식은 어느 정도 예방 가능하다. 천식 약제를 꾸준히 복용하게 되면 환경에 대한 과민성이 줄어들어 천식 증상이 완화된다.

 

여덟째, 천식 치료는 어려운가?
‘천식은 고질병, 만성병, 불치병이잖아요? 평생 약을 먹어야 하나요? 증상이 좋아지면 약을 끊을 수 있나요? 좋은 새로운 약은 없나요?’ 천식을 진단 받으면 환자들은 천식도 감기처럼 약 1-2일 복용하고 치료될 수 있게 해 달라고 한다. 천식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천식 진단이 늦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천식의 불완전한 치료나 조기 중단하는 등 잘못된 치료 때문이다. 단 한 번의 약물로 치료가 되지 않지만 최근 효과적인 약제의 개발로 어렵지 않게 천식을 치료할 수 있다. 자세한 진찰을 통하여 동반질환이나 알레르기가 있을 때 함께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천식치료에 가장 중요한 것은 흡입제이다. 우리나라에서 국제 기준에 맞는 천식 흡입제 복용비율은 20%(2014)대로 현저히 낮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수년 전에 흡입제에 대한 삭감으로 인하여 개원가에서 좋지 않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천식적정성평가 지표로 흡입형스테로이드 사용을 권장하였다. 또한 국제가이드라인(2014, GINA)을 반영하여 흡입용 천식 치료제 급여기준을 현행 ‘중증도 지속성 이상’ 단계에서 ‘부분조절 이상’으로 합리적으로 조정하여 흡입형스테로이드 처방이 한결 자유롭다.

 

아홉째, 먹는 약만 먹으면 안 되나요? 눈에는 안약 천식에는 흡입제 ICS.
천식 조절에서 흡입형스테로이드를 강조되는 이유는 약제를 꾸준히 흡입한 군에서 사망률이 2배 이상 감소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기관지 확장제만 흡입할 경우 사망률 (Spitzer WO, et al. N Engl J Med. 1992; 326:501)은 현저히 증가된다. 그러므로 천식을 조절하기 위하여 흡입형스테로이드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Fig. 2. 흡입제 사용과 사망률 관계 (Samy Suissa, et al. N Engl J Med 2000;343:332)

 

열번째, 하루 한 두 번 기침은 정상이다?
내가 원하지 않는 기침은 하루 아니 한 달에 한 번도 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기침을 셀 수 없이 많이 하다가 한 두 번만 하게 된다면 환자들은 천식이 완치되었다고 생각하고 치료를 중단한다. 기침을 달고 살게 되고 천식이 만성으로 넘어가는 순간이다. 천식을 완전히 조절하면 약물을 중단해도 된다. 하지만 3개월 정도 완전히 조절 될 때까지는 천식 흡입형스테로이드제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침을 한다면 기관지에 염증이 있다는 의미이고 이는 천식이 조절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만일 완전 조절이 된 이후라도 특별한 이유 없이 기침이 다시 시작된다면 가능한 빨리 흡입제를 며칠 다시 시작한다면 천식은 완치될 것이다.

 

 

천식에 대한 환자들의 오해 중 가장 큰 것은 천식은 낫지 않는 병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천식 진단을 두려워하고 부정한다. 대부분 그렇다. 그러나 천식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고 감기약만 복용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고 한참 고생하고 이 약 저 약 써보고 안되어 병원에 온다. 언제든 치료 기회가 있다. 천식에 대하여 오해를 풀고 조금만 빨리 진단한다면 치료 가능하다. 왜냐하면 천식은 치료 가능한 질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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