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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NECA/언론보도

[청년의사] [칼럼] 가깝고도 먼 임상연구

[청년의사] [칼럼] 가깝고도 먼 임상연구

 

2016년 5월부터 의학전문지 청년의사에 월 2회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칼럼을 게재합니다.

원문보기 ☞ http://www.docdocdoc.co.kr/210648

 

NECA의 터무니 있는 이야기

-김수경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국민건강임상연구 코디네이팅센터장-

 

 

 

영화 ‘로렌조 오일(Lorenzo’s Oil)’은 ALD(부신백질이영양증)라는 희귀병에 걸린 아들 로렌조를 위해 부모가 직접 치료제를 연구, 개발한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의사도, 제약회사도 아닌 일반 부모가 치료제를 개발해낸 것은 아들에 대한 사랑이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만으로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현실에서 부모의 노력, 즉 로렌조 오일이 상용화될 수 있었던 건 연구자들의 참여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로렌조 오일은 1994년, 이들 연구자의 명의로 특허를 받았다.

 

2011년 미국 FDA의 전문가 검토문건에서는 ‘현재까지 ALD에 대해 허가된 의약품이나 생물학적 치료법은 없고 로렌조 오일이 연구되었으며, 질병의 초기 또는 경미한 상황에서 질환을 지연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히고 있다. 증상이 발현되지 않은 환자에게 식이요법으로 사용하는 동안 질환의 발현을 지연시킬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이미 증상이 발현된 환자에게는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들도 발표되면서 효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ALD에 대한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로렌조 오일은 그나마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임상 적응증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탓에 영화에서처럼 드라마틱하게 개발된 로렌조 오일은 미국 내에서 어린이 희귀질환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케네디 크리거 연구소(Kennedy Krieger Institute)의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약품, 의료기술이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그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고, 치료범위를 명시하여 관계 당국의 허가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제품 개발 과정에서 막대한 돈을 들여 임상시험이 수행된다. 임상시험은 약효를 입증하기 위해 정상인 또는 대상 환자를 조건에 맞추어 필요한 수를 모집하고, 의약품 자체로 인한 효과만을 측정하기 위해 통제된 환경에서 진행한다. 그 결과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면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허가 후 실제 일반적 의료현장에서 치료에 활용하는 단계에서는 임상시험 때보다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간 사용하게 되므로, 임상시험 과정에서 알지 못했던 여러 부작용이나 부가적인 효과가 밝혀지기도 한다.

 

특히 부작용과 같은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시판 후 감시(post marketing surveillance, PMS)’를 통해 관리하며, 경미한 경우에는 ‘주의사용’ 권고를 심각한 문제 발생 시 ‘허가취소’ 등의 조치가 뒤따른다. 허가 전에 거치는 임상시험이 제한된 기간, 제한된 규모의 환자만을 통해 검증된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실제 의료체계에 도입되어 사용이 보편화되면 부작용 외 효과에 대해서, 그리고 더 많은 정보가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적은 편이다.

 

그래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및 건강보험 급여 결정 시 제도적으로 관심을 받았던 치료법은 실제 임상환경에서 사용되는 동안 개별 의료진과 환자의 판단을 중심으로 적용되고, 때로 연구되기도 한다. 환자의 자료를 모아 치료효과를 계속 확인해보는 것은 관심 있는 의료진과 연구자들의 자발적 연구로만 간헐적으로 수행되고 있을 뿐이다.

 

반면 미국, 영국 등에서는 의료기술평가 혹은 비교효과연구라는 명목으로 연간 수천억 내지 1조원을 넘는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다. 미국 의료를 환자중심으로 만들고 영국 의료체계의 기준을 정하기 위한 임상연구 수행을 위해서다. 환자들도 참여하는 이 연구를 통해 수많은 연구결과가 논문으로 발표될 뿐만 아니라, 이를 근거로 건강보험 급여결정 및 보건의료정책 관련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또한 국민들에게도 제공되어 각자의 의료이용이나 건강관리 노력에 활용하도록 한다.

 

1978년에 태어난 로렌조는 여섯 살이 되던 해 ALD로 판명되고 2~3년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소견을 들었다. 부모가 개발한 로렌조 오일로 치료를 받은 소년은 진단 이래 24년을 더 살다가 지난 2008년 서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ALD 환자 모두가 로렌조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없으며 효과는 극히 제한적임이 현재까지 임상연구가 밝힌 사실이다. 그럼에도 ALD를 포함한 어린이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연구와 로렌조 오일 처방환자 사례를 중심으로 한 치료효과 검증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치료에 대한 기록들은 임상연구를 위한 좋은 자료들이다. 또한 임상연구가 제도적으로 보다 체계화된다면 의료진과 환자, 환자가족이 매일 선택해야 하는 치료법의 효과와 위험에 대한 자료는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풍부한 정보가 의사결정을 더욱 합리적으로 만들 것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영국 정부는 공공 임상연구에 막대한 세금을 투자하고, 미국 정부는 연간 보험 가입자 1인당 1달러씩을 모아 체계적으로 임상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원문을 더 보시려면 ☞ http://www.docdocdoc.co.kr/210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