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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 "의사도 피우는 담배는 OO?!"…비상식 판촉 '쐐기'

"의사도 피우는 담배는 OO?!"…비상식 판촉 '쐐기'  



  • 언론사 | 데일리팜

  • 기자명 | 김정주

  • 보도일시 | 2014. 4. 22






미국은 첫 담배소송이 제기된 1950년대 이후 정부가 대대적으로 나서 과학적 근거를 축적해 공신력 있는 관련 보고서들을 발표하면서 승소와 흡연율 감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연구원(원장 임태환, 네카) 이성규 부연구위원은 최근 학술지 '근거와 가치' 통권 제3호 HTA 국제동향 편 '연방의무감 보고서와 담배소송'을 통해 미국 정부가 택한 전략과 방향을 소개했다. 


지난 1월은 미국이 이 보고서를 처음 내놓은 지 50년이 되는 시점으로, 당시 미국과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이후 이 사례들이 주는 함의는 적지 않다.


미, 1950년대 담배사 의기양양…"의사도 선택했다" 광고까지


미국의 담배소송 역사는 195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폐암 판정을 받은 흡연자가 담배회사를 상대로 최초 소송을 제기해 사회적 관심을 끌었지만 원고 패소로 결론났다.


당시 미국은 성인 흡연율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반향은 있었다. 그러나 흡연자 개인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인데, 이는 과학적 근거가 체계적으로 입증되지 못한 탓이 컸다. 


반면 승소한 담배회사들은 더욱 더 적극적인 판촉을 벌일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 현재로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광고들이 등작하기 시작한 것. 


당시 담배 '카멜'을 판매하는 업체는 심지어 "많은 의사들이 다른 브랜드가 아닌, 카멜 담배를 피운다"는 광고 카피까지 내세우기까지 했다. 광고에 의사를 거론하면서 몸에 '이롭다'는 이미지를 대중에게 심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과학적 근거 바탕으로 한 대대적인 반전을 꾀한다.




정부차원 연방의무감 보고서 발표, 흡연 경각심 '신호탄' 


이에 미국은 정부 차원의 연구자료 '연망의무감 보고서'를 통해 흡연 폐해를 입증하는 자료들을 줄줄이 내놓는다. 첫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50년이 되던 지난 1월까지 총 32편의 관련 보고서가 쏟아졌다. 


보고서를 통해 미국 정부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7000여편의 연구논문을 분석해 사실로 인정해 국민들의 인식을 바꿔놨고, 이후 소송들까지 승소로 이끄는 핵심 근거가 됐다.


1964년 발표된 '흡연과 건강(Smoking and Health)' 보고서(일명 '테리 보고서')는 그 첫번째로, 미국민들의 흡연량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계기로 작용하면서 담배 규제의 신호탄이 됐다. 


미국은 이후에도 최근 50년 간 총 31편의 흡연 관련 보고서들을 추가로 발표하면서 그간에 내놨던 과학적 근거들을 촘촘하게 뒷받침했다. 


제조물책임→니코틴 중독성 쟁점 전이…승소 반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연방의무감 보고서들은 미국의 담배소송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담배사들은 1965년부터 담뱃갑 포장에 경고문구를 삽입했고 이후에도 질병유발, 독성물질 경고 등으로 발전한다. 


소가 제기되면서 쟁점은 제조물책임 이론으로 점화됐지만 여의치 않았다. 업체들의 경고문구 삽입이 되려 탈출구가 됐던 것. 그러나 쟁점이 니코틴 중독성으로 옮겨가면서 분위기는 달라진다. 


업체들은 니코틴이 의존성을 유발할 수 물질일 뿐, 마약처럼 중독성이 있는 물질이 아니라고 맞섰다. 


연방의무감 보고서는 여기서 또 한번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포괄적이면서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니코틴 중독은 헤로인이나 코카인 등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입증해 '중독물질'로 결론 내린 것이다. 


이후 업체들의 내부문건이 폭로, 정직하지 못하거나 비도덕적 행위들이 들어나면서 최종 판결 이전 협의 과정에서 천문학적 배상책임을 떠안게 됐다. 이는 흡연자들의 흡연량을 떨어뜨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국내 사례, 자료수준 떨어져…공단 빅데이터, 전기 마련해야 


1999년 9월에 시작된 우리나라의 담배소송은 미국보다 40여년 뒤늦게 제기됐지만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소송 과정에서 제출된 근거자료는 신뢰도를 떨어뜨렸고, 개인 역량으로는 업체들에 맞설 과학적 근거를 내밀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 이성규 부연구위원의 진단이다. 


실제로 국내 집단 소송 중 피고(업체) 측이 제출한 증거자료 중 일부는 미국 담배회사의 컨설팅을 맡았던 회사에서 제출한 것이었다. 심지어는 기업에서 비용을 지원받아 이해관계가 얽힌 연구결과까지 제출된 것이다. 


미국의 장기적 전략과 과거 국내 관련 소송들은 최근 담배소송을 제기해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한 건보공단의 행보에 함의와 방향성을 제시한다. 


건보공단 또한 방대한 전국민 단일보험의 빅데이터와 과학적 근거로 '실패 없는' 싸움을 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이는 결국 과학적인 근거 마련이 소송의 핵심임을 방증한다. 


이 부연구위원은 "건보공단이 담배소송에서 담배 또는 흡연과 관련된 전문가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과학적 근거를 적시에 제공하고 원-피고 측에서 제시하는 근거들도 객관적 평가를 수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