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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이슈/미디어 속 보건의료이야기

[Vol.43 12월호] 미디어 속 보건의료이야기 :: 필요한 의사, 좋은 의사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글. 양금덕 기자 (청년의사)


“선생님은 좋은 의사입니까. 최고의 의사입니까.”


“지금 이 환자에게 물어보면 어떤 의사를 원한다고 할 거 같냐. 필요한 의사야. (중략) 난 내가 아는 모든 걸 동원해서 필요한 의사가 되려고 노력 중이야.”

-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중 -


ⓒ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불의의 시대, 불평등의 시대, 불만과 불신으로 가득한 시대"

-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1화 강동주(유연석 분) 내레이션-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 이러한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의료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어린 시절, 응급실에서 VIP에게 밀려 아버지가 제때 처치를 받지 못해 숨지자 어린 강동주(유연석 분)는 격분한다. 


“그 사람보다 우리 아버지가 먼저 왔잖아요! 병원이, 의사가, 그러면 안되는 거죠!”

-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중 -


얼마 후 동주는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며 병원에서 난동을 부리는데, 이 때 나타난 김사부는 동주를 제압하고 응급처치를 해주면서 이런 말을 한다.


“진짜 복수 같은 걸 하고 싶다면, 그들보다 나은 인간이 되거라. 분노 말고 실력으로 되갚아 줘. 알았니? 니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중 -


그의 말을 듣고 동주는 시간이 흘러 아버지를 숨지게 방치했던 병원인 거대병원의 외과전문의로 재등장한다. 

자기가 잘났다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강동주, 전국 수석에 뛰어난 의술을 가져 승승장구 한다. 하지만 어느 날 그는 VIP수술에 실패해 강원도 산골의 돌담병원으로 전출되는 위기를 겪는다. 주인공의 시련은 또 다른 이야기 전개로 이어지는 법. 이제부터 본격적인 스토리가 진행된다. 

차갑기만 했던 강동주는 홀연히 사라진 닥터 김사부(한석규 분)와 첫사랑 윤서정(서현진 분) 선배를 그 곳 돌담병원에서 만난다.

그리고 계속되는 에피소드들. 음주운전으로 인한 대형교통사고, 고 백남기 씨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사망진단서 조작, 연명의료 중단, 수술실 습격 사건, 메르스 등. 


“의사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딱 한가지야. 환자를 통해서, 오로지 그거 하나 뿐이 다.”

-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중 -


“그것을 전문 용어로 개멋이라 그러지. 조금 더 고급진 용어로 낭만이라 그러고. 낭만빼면 시체지 또 내가.”

-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중 -


ⓒ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이러한 명대사들은 의사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 그리고 우리 인생의 답답함을 긁어주며 공감대를 얻고 있다. 현실에서도 이런 의사 한명쯤은 꼭 있어주기를, 내가 믿을 수 있는 의사 한명이 꼭 있기를 바라는 시청자의 바람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를 접하는 의사들은 통쾌하다가도 씁쓸해한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소재로 삼아 궁금증에 시청하다가도 ‘이건 아니지, 현실과 너무 다르잖아? 저 주인공처럼 눈치 보지 않고 집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저런 병원에서 근무하고 싶다’며 현실을 직시할수록 허탈하다고 한다. 그래서 의사들에게도 김사부는 관심거리이자 껄끄러운 소재이기도 하다.


실제로 응급실에서 환자동의 없이 수술을 한다거나, 인턴이 선배에게 반항을 한다거나 사람을 살리러 왔다고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대드는 경우는 사실 없다고 봐야하는 것이다.


이례적으로 대한의사협회가 ‘낭만적인 드라마? 현실은 매 맞는 의사’라는 제목의 카드뉴스를 제작했다는 점도 ‘드라마의 모습과 의료현장의 현실은 다르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에서는 칼에 찔리고, 맞고 폭행당하는 의료인이 다반사다.


그러나 한걸음 뒤로 물러나 보면, 각각의 결코 쉽지 않은 사건들은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그 중심에는 자신의 건강보다 환자를 먼저 걱정하는 의사, 환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의사, 자신의 명예와 이익을 뒤로 한 채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있다. 물론 드라마가 보여주지 못하는 의료현장의 부조리한 제도와 현실이 있다지만, 그래서 현실에서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유연석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것 아닐까. 


이 드라마 역시 뻔한 결말을 향해 가겠지만, 그 과정에서 그려진 주인공들의 모습에 통쾌함과 짜릿함, 아쉬움을 느낀다. 다가 올 미래에는 보다 나은 진짜 세상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 본고는 외부 필자의 원고로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